유약 없이 빚어낸 자연의 빛깔, 자사호의 흙(泥) 자사호(紫砂壺)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그 다채로운 색감에 매료되곤 합니다.묵직한 자줏빛 갈색부터 화사한 붉은색, 은은한 노란빛과 푸른빛까지. 마치 고운 물감을 풀어 칠한 듯하지만, 자사호는 인공 안료나 화려한 유약에 기대지 않고오직 자연의 광석과 불의 온도가 만나 빚어낸 순수한 흙의 색을 품고 있습니다. 흙이 아닌 돌, 광석이 품은 고유의 빛자사호는 일반적인 진흙이 아닌, 이싱(宜兴) 지역에서만 채굴되는 특별한 광석을 오랜 시간 풍화시키고 곱게 빻아 만듭니다. 이 광석 안에 포함된 철분 등 다양한 광물질이 흙의 종류(니료)와 가마 속 불의 온도에 따라 다채로운 색으로 발현됩니다. 자니(紫泥) : 차분하게 가라앉는 자줏빛 갈색 철분이 풍부하여 가마에서 구워내면 짙은 자색이나 묵직한 갈색을 띱니다.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찻물을 부드럽게 감싸주어 묵은 맛을 우려내는 보이차를 즐길 때 훌륭한 파트너가 됩니다. 붉은 계열 (주니 朱泥 / 홍니 紅泥) : 향을 모아주는 화사한 생기찻자리에 화사한 생기를 더해주는 붉은빛의 자사호입니다. 대표적으로 주황빛이 선명한 주니와 붉은빛의 홍니가 있습니다.수축률이 커서 빚어내기 까다로운 흙이지만, 구워낸 후에는 조직이 치밀해져 차의 향을 흩어지지 않게 선명하게 모아주는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향이 풍부한 우롱차나 홍차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사용할수록 색이 깊어지고 은은한 광택이 오르는 변화를 감상하기 좋습니다. 흑색 계열 (흑니 등) : 밤하늘을 닮은 묵직한 기품 광물의 특별한 배합과 소성 과정을 거쳐 어두운 밤하늘이나 먹빛을 내는 재질입니다. 일반적인 붉고 갈색 띤 자사호와 달리,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찻자리에 압도적인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단니(段泥)와 녹니(綠泥) : 은은하고 희소한 자연의 톤부드러운 노란빛을 띠는 단니와 옅은 푸른빛이나 회초록빛이 도는 녹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원광 자체가 희소하며, 부드럽고 매트한 질감 덕분에 공간에 자연스러운 따뜻함을 불어넣습니다. 시간이 완성하는 색의 깊이 자사호의 색은 가마에서 나오는 순간 완성되지 않습니다.표면에 수많은 미세 기공이 있어 찻물을 머금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차를 우리고 기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는 양호(養壺)의 시간을 거듭할수록, 흙 속에 찻물이 스며들어 색은 더욱 짙어지고윤기가 도는 나만의 기물로 완성됩니다. 차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취향에 맞는 색의 자사호를 찾는 일도 다도의 큰 즐거움입니다.오래 곁에 두고 길들일 나만의 다구를 천천히 찾아보세요.